작년 말 20여년 만에 지주회사 전환시 자사주 마법이 금지된 이후 [관련 기사] 처음으로 시도되는 지주회사 전환이다보니 자사주에 의한 지배력 강화 없이도 어떤 부분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에 이익 충돌이 발생하는 것인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략 76 : 24로 결정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비율에 대한 문제, 지배주주가 일반적으로 저평가되는 지주회사로 지분율 모음으로써 상속세 등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견, 지주회사 전환시 양도소득세 이연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제시되고 있는데요.

사실 분할 비율은 기업가치가 아니라 순자산 가치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제를 삼기 어렵고, 또한 인적분할 후 재상장되면 지주회사 부분은 순자산 가치에 가까운 주가로, 사업회사 부분은 원래의 기업가치에 가까운 주가로 급변할 가능성이 높기도 합니다.

우선 분할 재무상태표에 따라 지주회사에 남고 사업회사로 이전될 구체적인 자산과 부채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보통 지주회사는 사업회사로부터 배당 이외에도 상표권이나 특허권 사용료, 경영자문료 등 명목으로 다양한 수익을 올려 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공시 [관련 링크]에 따르면 현재 파마리서치의 무형자산 약 76억 원은 지주회사 쪽에 약 62억 원, 사업회사 쪽에 약 14억 원으로 나눠지는데, 사업회사 쪽으로 승계될 무형자산만 소프트웨어, 영업용 지재권 등 개요와 관련 리스트가 제공되어 있어서 지주회사 쪽에 남는 62억 원의 무형자산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지주회사가 핵심 상표권, 특허권 등을 보유하고 사업회사에게 매출 또는 이익 기반의 사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어 간다면, 지주회사의 이익은 늘고 사업회사의 이익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각 회사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채무도 어떤 부채가 어떤 이유로 지주와 사업 쪽으로 분배된 것인지 보아야 하는데, 우선은 상환전환우선주 부채 약 500억 원이 사업회사 쪽으로 분배된 것이 보이네요.

이렇게 분배된 자산과 부채를 기준으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사이에서 예상되는 거래를 파악하면 각 회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추정될 수 있는데, 76 : 24의 순자산 비율과는 달리 지주회사 쪽이 사업회사 쪽보다 훨씬 낮은 시총으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편 사업회사 시총이 커질 수록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할 때 받는 지주회사 지분율이 높아지게 되는데, 예를 들어 시총 비중이 10 : 90이 된다면 (5천억 : 4조 5천억), 사업회사 지분 1%가 지주회사 지분 9%이므로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 상 지분율 30%를 채우기 위해서는 무려 시총의 270%에 해당하는 증자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주주 충실의무라는 새로운 판 위에서, 지주회사를 만들기 위해 이런 손익거래나 자본거래를 하는 것이 과연 전체 주주를 위해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인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구체적인 이익과 손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