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은 주주들 사이의 이익과 손해의 문제입니다. 2015년 삼성물산 합병도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시작된 문제입니다. 손해 문제라면 그냥 갚아 주면 되는데, 민사 문제인데, 왜 이런 문제가 형사 처벌 문제가 된 것일까요?

우리 자본시장법이 상장회사의 합병 비율을 '주가'에 의해 정하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하고 싶은 회사의 주주는 주가를 높이고 싶고, 주가에 영향을 주는 회사의 회계처리를 부풀리고 싶은 유인이 생기게 됩니다. 형사 처벌 대상인 시세조종과 회계부정, 즉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행위와 회사의 회계처리를 부풀리는 행위가 불공정한 합병 비율에 관한 '수단'으로 같이 기소가 된 것이 이번 사건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쟁점은 '주주의 손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형사 재판이 계속되고 있던 지난 2023년, 삼성물산 주주였던 외국의 자산운용사들은 국제중재를 통해 수백억 원씩의 손해를 인정 받았습니다 [관련 기사].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주들은 그것도 일부만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약간 올려 받는 예외적 조치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련 기사]. 과연 한국에서의 형사적 정의와 국제적인 민사적 정의가 엇갈리는 이런 현상이 계속되어도 좋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민사에서 원고가 제대로 증거를 수집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형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50:50을 판단해야 하는 민사 문제를, 합리적 의심 없는 엄격한 사실만 유죄로 판단하는 형사 법리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관련해서 지난 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내보낸 논평도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논평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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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목),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이복현 원장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정책적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날 천준범 대표도 토론자로 참석하여 주주 이익 보호 원칙을 명시하는 상법 개정의 중요성에 대해 발언하였습니다 [발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