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코스피 5000은 어렵지만 쉬운 목표입니다. 중국이나 태국의 평균 PBR인 1.5~1.6 정도만 되어도 바로 달성되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 30명 중에서 5등 하는 학생을 1등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25등 하는 학생을 15등 만드는 것은 꽤 할만한 과외이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이번 과세 정책 논란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숫자가 아니라 시장을 움직이는 신뢰와 기대를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코스피 5000 구호가 나온지 고작 3개월인데, 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은 그게 적든 많든 무조건 시장에서 돈을 '빠져나가게' 만드는 방향의 정책이었고,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정책의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기계적 절충'이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강도가 출몰하는 어둑어둑한 산길과 같은 역사를 걸어 왔습니다. 입구에 주주 충실의무 팻말 하나 세웠지만 아직 쉽게 마음 놓고 걸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팻말 옆에 세금 걷는 의자부터 놓으니 과연 길을 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헷갈리는 겁니다.

빠를 수록 좋습니다. 시장의 목소리는 시장에서 들리는 그대로 들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