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승계 자금 활용이나 ㈜한화와의 합병 계획이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관련 기사], 시장은 "이번 IPO가 승계를 위한 기초 작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상장 후 합병은 과거 SK C&C, 제일모직 등에서 이루어진 바 있고, 아직 그 기초가 되는 자본시장법 상 합병비율 조항은 그대로인 상태인데요.

상법상 전체 주주 이익에 대한 보호가 명시되지도 않고 실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상장회사의 합병비율은 여전히 자본시장법에 따라 '한 달 평균법'에 의해 정해지게 됩니다. 물론 한화에너지가 기존 사례와 같은 (주)한화와의 합병을 부인하고 있지만, 수많은 다른 방법으로도 지배주주의 지분율과 지배력을 높이는 거래는 가능합니다.

이런 가능성은 사실 하나의 경제적 또는 사업상 동일체 안에서 여러 상장회사가 있는 한국 기업집단의 구조 자체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지주회사와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의 중복상장 문제가 논의되었지만, 이제 지주회사 격인 (주)한화의 주요 주주인 한화에너지의 상장이라는 옥상옥 중복상장까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원인이며, 일본은 이미 이 문제를 직시하고 중복상장을 적극적으로 줄인 결과 거버넌스 개선과 함께 주가 상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달성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이번 한화에너지 상장 문제를 계기로 우리 자본시장을 짓누르는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 금융 당국의 본격적 검토가 있기를 바랍니다.

• 예를 들어, 일본 경제산업성(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은 지난 2019년 기업 거버넌스 개혁 지침에서 모회사와 상장 자회사 간의 의사 결정 독립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고, 도쿄증권거래소도 2023년 모회사에 상장 자회사를 유지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와 소액 주주 보호 대책을 명확히 공지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